어제 청소를 하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답사가서 스케치했던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잘 그리지는 못했어도,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렸던 그림일기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답사 지역은 경기도 서해안 지역었습니다. 그림에 나오는 장소는 모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곳들이네요.

궁평리 해수욕장 해안 경관(윗쪽)과 송교리의 천정천(아랫쪽)


윗쪽 그림부터 간단히 설명하면, 궁평리 해수욕장의 해안 경관 그림입니다. 스케치할 할 당시에는 물이 빠진 상태였는데 부유물처럼 만조기일 때의 해안선을 유추해볼 수 있는 요소들을 그림에 표시하였고 대략적인 지형과 식생을 표시했습니다. 아랫쪽 그림은 송교리에서 봤던 천정천 그림입니다. 천정천의 형성 과정과 주변 경관을 대충 그렸습니다. 제방 위는 교통로나 전선이 지나는 길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신주 하나에 그려넣은 계량기는 이곳에서 양수기나 관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제방을 관통하는 빗금 친 영역은 매설된 수로를 의미하는 것인지 대수층을 의미하는 것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이처럼 스케치는 답사 기록 매체로서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당시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굳이 스케치를 했던 이유는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는 제 손보다 더 정확하게 기록할 수는 있지만, 기록물의 품질은 사진기 자체의 성능이나 사용자의 숙련도, 또는 날씨같은 주변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에 담으려고 의도했던 정보가 결과물에서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실제로 경계선이 모호하거나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어서 무의미한 사진이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잘 안나올 것 같은 경우에는 스케치를 합니다. 간결하게 원하는 부분만 그리면 주제가 더 부각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고, 글자나 도식을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면으로는(사진이 가지는 자세함과는 다른 면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진은 정확한 형태와 자세한 시각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이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이 안되기도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케치는 형태는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그 위에 스케치나 메모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함께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관련 문헌
오건환, 1999, "지형스케치로 본 남해안 바위섬의 시스텍 경관", 대한지리학회 춘계학술대회논문집, pp. 41~46

저는 속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수업이나 과제 때문에 읽어야할 논문은 산더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시간은 없다면 한정된 시간 내에 요점을 파악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논문 읽을 때 이용하던 방법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용하던 방법이지만,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방법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요령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자기만의 방법대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우리말로 쓰여진 논문보다는 외국어로 쓰여진 논문을 읽는데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각주:1]

1. 초록 읽기
초록은 제목 다음으로 외부에 노출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논문을 집어들게 되지만, 그 다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록을 보고 이 논문을 계속 읽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가장 핵심적인 것,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을 고르고 골라서 초록에 넣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저자들이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독자들이 정독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짧기 때문에 정독하더라도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2. 서론과 결론 읽기
초록을 보고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서론과 결론을 읽습니다. 저널에 따라서 가리키는 이름은 조금씩 다릅니다. 서론에서는 연구에 배경이 되는 지식들과 연구 목적 등을 안내합니다. 읽어두면 뒷부분을 읽기가 더 수월해집니다. 결론에서는 연구결과를 통해 내린 결론을 제시합니다. 이전에 이러쿵 저러쿵 많은 말을 한 이유가 이 말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서론과 결론을 모두 보는 것이 좋겠지만, 아주 급박하다면 결론 부분만이라도 봅시다.

3. 나머지 부분 읽기
이제 나머지 부분을 읽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선택해서 읽도록 하고, 그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으면 표와 그림을 찾아 그와 관련된 내용만 읽습니다.[각주:2] 자신의 수업, 과제, 연구 등에 필요하지 않을것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넘겨버리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합니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빠르게 읽는 것이 요령입니다. 반대로 낮은 단계에서는 좀 더 시간을 들여 제대로 이해하도록 합니다. 실제로 앞 단계에서 요점을 파악해놓으면, 나머지 부분을 읽을 때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읽으면서 노트 정리할 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기호나 밑줄 등을 넣어두면 읽은 다음 내용을 정리하거나 나둥에 다시 읽어볼 때 도움이 됩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해야 할 것 같으면 관련된 부분 옆에 키워드만 적어두는 것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용을 읽다가 함께 엮을 만한 다른 논문이 생각났을 때 저자와 년도를 메모해두는 것도 나중에 정리하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다 읽었으면 내용을 정리하면 됩니다. 읽은 논문을 정리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만, 이 글은 읽는 요령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1. 우리말로 쓰여진 논문을 읽을 때는 초록부터 확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속독하듯 훑는게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외국어가 모국어 만큼 편하게 읽히는 경우도 해당되겠네요. [본문으로]
  2. 여기에서 이 방법의 한계가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자연계열 논문에서는 표, 그림, 수식이 연구결과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어쨋든 중요한 것만 골라 읽는다는 요령만 가지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불칸 프로젝트(Vulcan Project)는 미국 전역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프로젝트로 퍼듀(Purdue) 대학교 연구팀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NASA와 DOE(Department of Energy)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불칸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산출된 자료를 구글 어스에서 볼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해저 지형 자료를 집어넣더니 이제는 대기와 관련된 자료까지 집어넣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장난감 같았던 구글 어스가 점점 달리 보입니다. 확인해보니 구글 어스에 들어간 해저 지형 자료와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해저 지형 자료가 베이스 맵 역할을 하는 것이라서 다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것이 Landsat 5 위성자료(Landsat 5에서는 이산화탄소 센서가 없음), 화석연료 사용량, 인구 등의 간접 자료를 이용해 추정한 자료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또한 미국에 대한 자료만 제공한다는 점도 구글 어스에 넣기에는 좀 부족해보이네요.

그럼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 1월 세계 최초의 온실가스 모니터링 위성인 IBUKI가 발사되었습니다. 이에 이어 미국 NASA에서도 이산화탄소 관측 위성인 OCO를 올해(미국시각으로 2009년 2월 24일) 발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OCO는 IBUKI처럼 극궤도위성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지구 전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나온 이산화탄소 농도 자료는 간접적으로 산출된 값이거나 몇몇 지점에서만 관측된 자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들 위성에서 신뢰할 만한 자료를 내놓기 시작하면 큰 파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 연구에 있어서도 영향이 크겠지만, 이전에는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숨기려면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었는데 적나라하게 드러날테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상입니다만, 이런 자료가 구글 어스 같은 데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할수록 구글 어스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재분석(Reanalysis)은  이용 가능한 모든 관측자료를 동원하여 과거 기상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일본 기상청과 일본 CRIEPI(Central Research Institute of Electric Power Industry)는 공동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JRA-25(Japanese 25-year Ranalysis)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JRA-25는 전 지구 1979~2004년(26년간)의 기온, 풍속 등 100개 이상의 기상 변수에 대한 자료다.

관측, QC(Quality Control), 재분석 등 자료를 만지는 일은 열심히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반면에 인적.물적 자원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자료의 정확도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재분석 자료는 현재 미국 NCAR/NCEP에서 만든 재분석 자료ECMWF에서 만든 재분석자료가 대표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처음으로 시도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딱 마음에 드는데다가 무료로 공개된 브러쉬를 찾아서 다운로드 받았는데, 이게 sit 형식으로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sit 형식에 대한 설명은 이 곳을 참조) 맥에서 사용하는 압축 형식이라고만 들었었는데, 리눅스나 윈도우에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stuffit을 이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여서 무료라는 설명도 해줍니다. stuffit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정말 무료인 것 처럼 보였습니다. 맥용은 확실히 무료가 맞는것 같습니다만... 윈도우용은 무료인척 해놓고 결국 돈을 들이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제품을 구입하면 stuffit deluxe는 무료로 준다는...;;) trial로 표시된 링크로 들어가도 이와 같은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계속 뒤지다 보니 trial이 아니라 demo로 표시된 것만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그나마 윈도우즈용만 가능하고 리눅스용은 불가능), 그 다운로드 하는 과정도 귀찮게 되어 있고 이미 마음이 상해버려서 sit을 지원하는 다른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winarj, turbozip 등이 지원한다는 글도 보이던데, 저는 extractnow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주의할 점은 프로그램 설치후에 DLL 파일을 받아서 설치해야 sit 형식을 지원합니다. 리눅스에서는 stuffit 리눅스용을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2008년 7월호에 Status of the Climate 2007이라는 제목의 특별부록이 실렸다. (링크된 페이지에서 원문을 받아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07년의 전지구 기후 특성을 과거의 기록과 비교 분석하고, 기후의 지역별 특성과 지리적 분포를 설명한다.

이 글에 따르면, 대륙과 해양을 포함한 2007년 전지구 지표 기온은 온난한 정도가 관측사상 상위 10위 안에 든다. 대륙만 따진다면 1880년에 이후로 가장 더웠던 해였다. 지면과  중간대류권 사이의 전지구 연평균기온은 1958년 이후 관측된 기록중 상위 5위 안에 들고, 가장 더웠던 1988년보다 섭씨 0.2도 낮았다. 북반구 적설 면적의 12개월 이동평균은 2007년 이전의 장기 평균보다 작았다. 전반적으로 2007년 만큼 큰 음의 아노말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20세기가 이후로 강수량은 전지구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북반구 중위도와 고위도에서 증가량이 가장 많았다. 2007년까지 4년 연속으로 대륙 지역 강수량은 장기 평균 강수량보다 많았고, 아노말리는 2006년보다 작게 나타났다. 전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7년에도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하와이 Mauna Loa 관측소에서 2006년보다 1.8ppm 증가한 382.7ppm으로 관측되었다. 메탄과 일산화탄소 농도 또한 2007년에 증가하였다.

한국의 연평균기온은 섭씨 13.4도로 평년보다 섭씨 1.0도 높았다. 2007년은 1973년 이후로 두번째로 온난한 해였다. 겨울만 봤을 때는 1973년 이후로 가장 온난한 해였다. 주목할 만한 이상 고온은 9월에 나타났다. 남부지역 일부에서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지속되었다. 연평균 강수량은 1515mm로 평년보다 15% 증가했고, 9월에 매우 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9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2.8배 많았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황사 현상은 13번 있었고 가장 강했던 때는 3월 31로, 남한 대부분 지역이 3일 이상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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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mean temperature anomalies (°C; 1971–2000 base period) over East Asia in 2007. [Source: JMA; Figure: B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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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precipitation anomalies (1971–2000 base period) as percentage of normal over East Asia in 2007. [Source: JMA; Figure: BAMS]




Conquering fear is the beginning of wisdom. - Bertrand Russell
탐험적 자료 분석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워크샵에 참가신청할 때는 "탐험"이란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워크샵에 참여하고 나서 보니 재미를 추구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 이 단어에 담겨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탐험(探險)이란 말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는 탐험을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을 찾아가서 살펴보고 조사함"으로 정의합니다. 전문가 분들께서 정의한 뜻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험'의 뜻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보다는 "실패를 무릅쓰고 미지의 대상을 살펴보고 조사함"이 더 알맞은 뜻이 아닐까 제 멋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이번 워크샵에서 느낀 탐험의 의미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의 탐험을 통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작업의 성패는 신경쓰지 않는다.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극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고 실패를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재미에 반하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습니다. 목적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하는 상황과 다릅니다. 사실 이 워크샵에는 성공이나 실패 자체가 모호했습니다. 뚜렷한 분석 목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으면 성패는 어불성설이 됩니다. 목표가 있다면 탐색이라고 불러야 적절할 것 같습니다. 탐험은 무엇인가 이룬다는 완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 생각합니다.


2. 명확한 목적은 필요 없다.

다른 학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통계는 제 전공분야에서도 유용한 도구입니다. 계산할 때는 SPSS(SAS나 S-PLUS 보다 쉽다는 평판이 있음) 같은 통계 패키지를 많이 씁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통계 계산에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엑셀이 유연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통계 계산에 최적화된 도구는 아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최적화된 도구일 수록 목적이 뚜렷합니다. 통계 패키지의 사용 목적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가설을 검증하는게 분석자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탐험적 접근 방법에서는 분석 결과 그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이지 않더라도 경험 정보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한 가설을 세우느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됩니다. 분석할 때마다 가치있는 정보가 나오니 재미가 납니다.


이러한 탐험적 접근 방법은 일상에서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의 자료를 분석해서 가치를 얻는 일은 누구나가 재미있어할 만한 주제입니다. 탐험적 접근 방법은 일상 자료를 분석하고 "아는 것과 삶을 연결"(김창준 님)하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또한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유용합니다.  실제로 지리학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지리상의 발견시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탐험은 지리학 연구의 주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지리 답사가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워크샵에서처럼 통계를 이용한 탐험은 현상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립하는 방법이 안될지 몰라도 대화의 도구는 될 수 있기 때문에(김승범 님) proto-study 방법으로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토마스 쿤 식의 과학적 방법이 대세를 이루면서 탐험적 방법을 통한 연구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기도 하고 이용 빈도가 줄어든것 같긴 합니다.지리학이 점차 계통화된 것도 한가지 원인인것 같고요. 이러한 세태가 조금 안타깝습니다.


(과학적 방법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재미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사족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고 워크샵에서의 경험과 마치고 돌아오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파이썬(python)에서 range 함수는 자주 쓰이는 함수 중 하나입니다. 등간격의 정수 리스트 자체가 필요할 때도 쓰이지만, 시퀀셜 자료를 인덱싱할 숫자들를 만들어낼 때도 쓸모가 있습니다. 그런데 파이썬에는 ranage와 비슷한 함수가 또 있습니다. 바로 xrange와 arange입니다.


xrange는 range 함수와 마찬가지로 built-in 함수입니다. range와 사용방법도 같습니다.

xrange(start, stop, step)

그런데 xrange는 range 함수처럼 리스트를 리턴하는 것이아니라 xrange 객체를 리턴합니다. xrange 객체는 익덱싱 등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해당하는 값을 리턴해주며 range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 리턴값이 필요한 표현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리스트를 만드는 시간과 리스트가 차지하는 메모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정수 리스트가 길면 길 수록 효과가 더 눈에 띄겠죠.

>>> xrange(5)
xrange(5)
>>> xrange(5)[3]
3
>>> [n for n in xrange(5)]
[0, 1, 2, 3, 4]
>>> xrange(5)[2:-1]
Traceback (most recent call last):
  File "<stdin>", line 1, in <module>
TypeError: sequence index must be integer, not 'slice'
>>> xrange(5)+[5,6,7]
Traceback (most recent call last):
  File "<stdin>", line 1, in <module>
TypeError: unsupported operand type(s) for +: 'xrange' and 'list'


다음은 arange입니다. arange는 built-in 함수는 아니고 numpy나 numeric 모듈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arange는 영단어 arrange와는 별 관계가 없고 array range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말 그대로 range 사용방법과 같으나 리스트를 리턴하는 것이 아니라 행렬(array)를 리턴합니다. 행렬arange의 장점은 리스트range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실수를 사용할 수 있고, 리스트에 없는 다양한 메소드가 있으며, 행렬 계산으로 리스트보다 빠른 속도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렬에 대해서는 이 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 읽는 기쁨 상세보기
정효구 지음 | 작가정신 펴냄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문학평론을 해온 문학평론가가 쓴 현대시 평론서. 시를 더 구체적이고 진실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시인에 대한 더 자세한 이해와 정보를 제공한다. 무한이 부르는 소리, 무한에 다가가는 소리, 천상병의 <귀천>부터 말의 힘을 느껴보세요, 황인숙의 <말의 힘>까지 현대의 대표적인 시인들을 소개

서점에 가보면 각종 시 모음집에 해설집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시험을 위해서 이런 책들을 읽기도 하고 그냥 재미 삼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험용이라면 모르겠지만, 재미삼아 읽기에는 지루하고 따분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런 책들을 볼 때마다 차라리 주석이나 해설이 달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책도 있긴 했지만,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정독하게 만드는 시에 관한 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천편일률로 이것저것 나열하는데 치중하여 정작 작자의 고향이 왜 중요한지, 왜 그런 의미로 해석되는지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시 읽는 기쁨은 조금 달라보여서 구해다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시 보다는 시인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다른 책처럼 시인이 태어난 고향이나 주변 사람들, 등단한 시기 등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그 정보들이 시인과 시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시인의 입장에 서서 시를 바라볼 수 있는 바닥을 깔아줍니다. 그리고 시인의 궤적을 따라가며 시를 읽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한건데, 사람들이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시인이 시 속에 숨겨져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좀처럼 보여주질 않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꽁꽁 숨겨져 있습니다. 어떤 시인은 시어의 추상화를 통해 숨기도 하고 어떤 시인은 일반인이 보기에 암호 같은 단서만 남기고 숨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의 힌트를 주는 것에 성이 안찼는지 친절하게 위치까지 콕콕 짚어줍니다. 그래서 시인 찾기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인을 찾고 나니 시가 무리 없이 읽혔습니다. '바다'라고만 해도 '작년 여름밤에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했던 바다'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를 쓰게된 시인의 상황을 알면 시인의 입장에서 시를 바라보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텐데, 그 상황은 시인의 성격, 경험, 사회적 배경 등의 총체적 집합인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독자가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습니다. 평소같으면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넘겨버릴 만한 시도 의외로 잘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되짚어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일부 전문가들처럼 거두절미하고 예술의 아름다움만을 강변하지 않습니다. 시를 읽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고 이를 통해 시를 읽는 기쁨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엄두 못내던 시들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데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한 책이 시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예술을 읽는 기쁨을 더 알고 싶어요. 그러나 왠지 이 책의 속편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속편이 가지는 징크스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암감이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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