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보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수적으로 많이 읽기 보다 비평적으로 읽는 훈련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몰입하면 비평 능력만 비대칭으로 향상될 수 있다. 일종의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이다. 주제도 모르면서 화만 많고 입만 살아서 마무리를 못한다. 적당히 읽고 뭐라도 쓰지 않으면 보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일어나기 어렵다.

올 해 나온 "지리의 쓸모"란 책에 대해 좋은 말이 많아서 읽어보았다. 읽기 전에는 '교실 밖 지리여행' 같은 책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고, 읽고 나서는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쓸모 있다고 말하는 지리는 지리적 사고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책에서 정의하는 지리적 사고력은 지리 정보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서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근거가 약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쓸모가 있다는 것은 활용가치가 있다는 말인데, 이 책에서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 지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활용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뚜렷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쓸모를 이야기 할 때 지리가 의미하는게 지리적 사고력 한가지로 집중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리는 정보인가, 그 것을 전달하는 체계인가, 학문 분야인가, 아니면 하나의 사고개념인가. 이 책에서 지리의 정의를 논하길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두에서 말한 지리적 사고력이란 키워드에 집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책의 방향이 뚜렷했으면 좋았겠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치와 영역 챕터는 가장 돋보였다. 지리적 사고의 틀로서 위치와 영역 개념을 설명하였고, 이를 통해 여러 현상을 해석하는 것으로 주제를 확장하기 위한 서론으로서 훌륭해보였다. 여기서도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영역을 영토라는 좁은 의미로 해석했다는 정도다. 이로서 공간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지역이라는 덩어리로 묶어서 사고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책 뒷부분에서 더 힘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이 두 챕터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쓸모다.

 

저자분들이 원하는 책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지리 덕후를 위해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책, 중고교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를 보충하는 교양서, 정의가 무엇이든 지리가 쓸모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책, 아마도 모두를 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책의  쓸모는 독자가 정하기 마련이지만, 조금 다른 '교실 밖 지리여행' 스타일의 책을 원하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권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예약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뉴스와 함께 정부 전산망을 클라우드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수 년 전부터 이어져왔고, 지난 신문기사를 보면 최근 2~3년에서야 실제적인 진전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 년간 투자를 더 한다는 소식도 보이네요.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일반 사무용 PC에 오픈소스 OS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보다는 현실성 있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선례가 중요한데, 미국 등지에서 보안에 민감한 기관들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말이 계속 들리니까요.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SI쪽에서 정부 과제 하는 실무자 분들은 오히려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고 마스크는 평상복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으면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일상을 말할 때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듣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new normal에 대해 각자 느끼는 바가 있을겁니다. 그 위험성을 체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온난화가 가져오는 기후변화가 인류를 절멸시킬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이 일상이 되겠지만 잘 적응하고 더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지구에서 한동안 더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현 상황과 마찬가지로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겁니다.

코로나19는 대응이 한 발 늦었습니다. 그 결과는 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위협이 될 줄 알았다면 발병을 감지하자마자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겠죠. 다시 이야기를 바꿔서,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이번에 세계기상기구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5년 내에 온난화가 1.5도 이상 넘어가는 해가 기록될 가능성이 40%’라고 합니다. 5년 동안 쭉쭉 올라갈거라기 보다는 피크를 칠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40%라는 수치가 작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역사상 최고점을 찍을 가능성은 90%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981-2010년 대비 2021-2025년 기온 변화 예측(왼쪽 그림) 및 평균값보다 높을 확률(오른쪽 그림; 1에 가까울 수록 확실시 된다는 의미) (출처: WMO 보도자료, 하단 링크 참조 )


위협이라는게 그렇지 않나요. 닥치기 전까지 그 크기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위협이 되는게 확실한지도 의문이지만, 무엇에 위협이 될 것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99% 이상 큰 문제가 없없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사례가 나타나면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우에 1%가 안되는 숫자도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저 위의 40%는 (예측 확률이기 때문에 관측된 확률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비 측면에서) 작은 숫자일까요?

1.5도가 넘어간다고 당장 세계가 마비되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다거나 이전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이 될거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습니다만, 이것을 마지노선으로 여기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류가 정한 하나의 저지선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5도를 넘어가는 상태가 new normal이 되었을 때 해양과 대기로부터 인류에게 각종 위협이 다가오리라는 연구결과는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불확실한 미래가 더 큰 걱정입니다.

최전방에서 후퇴하여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다 구축하기 전부터 뚫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예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후퇴하면 크던 작던 피해를 볼 것이고 다시 전선을 복구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뚫려도 회복이 가능한 범위를 잘 모르는거죠. 이런 상황이라면 이것이 최종 저지선이라는 태도로 대응할 수 밖에 앖을것 같습니다.

최근에 온실가스 저감 이슈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미리 적응을 준비하는 데에도 충분히 자원을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응하려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야 하니까 기초연구도 홀대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WMO LC Annual-to-Decadal Climate Prediction )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 연구실 모두가 2주 가까이 재택근무중이다. 평소에 재택근무나 디지털 노마드 같은걸 해보고 싶었으나 이렇게 강제로 하게 되니까 답답하기도 하다. 말이 좋아 재택근무지 연금 상태에 가까우니까. 그래도 종이 문서로 처리해야 될 일이나 전산실에 직접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다녀오고 있다. 어쨌거나 재택근무를 경험해보니까 기존에 퇴근 후 짬짬이 원격으로 작업하던것과는 달리 생활 패턴의 큰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게 느껴진다.

일단 연속으로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절대적인 업무시간이 늘어난게 아니라 끊김 없이 작업만 하는 연속성이 높아졌다. 타인에 의해 흐름이 끊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내가 스스로 뭘 마시려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거나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 미뤄 뒀던 책장 정리도 하고 거의 매일 버릴 물건들을 끄집어내고 있어서 총 업무시간은 줄어든것 같은데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다. 실제로는 찔끔 해놓고 혼자 좋아하면 안되는데.

단점이라면 하루의 리듬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는 새벽까지 일하다가 다음날은 늦잠을 자기도 하고, 뭔가 하다보니 밥 때를 건너 뛰기도 하고, 밥 먹고 졸다가 저녁에 깨는 날도 있었다. 재택근무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건강을 해칠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스스로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시계에 알람을 맞춰 일하고 (난 원룸에 사니까) 책상은 일만 하는 장소로 만들려고 관계없는 물건은 치웠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수영하고나서 졸립다면 호흡을 제대로 못했을 개연성이 높다. 나는 수영배우기 시작할 때 자주 그랬고, 상급반에서도 강습 끝나고 하품하는 사람들을 본다. 숨 쉬는게 전진하는데는 불필요한 동작이라 최소화하는게 좋고 그러다보면 호흡하는 타이밍을 놓지고 리듬을 잃기 쉽다. 스포츠클럽의 수영 강습에서 자세교정이라는게 결국 몸에 배인 불필요한 동작을 빼는 것인데, 진도를 나가다 보면 숨을 잘 쉬는게 참 어렵다. 수영에 입문할 때 물에 떠서 숨쉬는 방법을 배우고 이런 저런 영법을 배우다가 다시 숨쉬는 방법을 배운다.


애초에 초급 단계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그러기 어려운 이유가 떠오른다. 수영을 전혀 못하던 나는 수영장 바닥에 발을 딛지 않고 생존하는게 목표였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안도하게 됐다. 자세가 어떻든 목표를 이루었으니 다음 목표를 팔다리 움직이는데 놓는다. 선생님이 초급자의 호흡법을 바로 잡아주기도 쉽지 않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호흡법을 말로 설명해주면 뭐하나. 그리고 호흡이라는게 코와 입을 수면 위로 내놓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횡경막과 후두개를 움직여야 하니까 동작을 보여줘도 학생들이 따라하기 어렵다. 일례로, 처음 숨쉬기 배울 때 ‘음파 음파’하라는데 도무지 언제 숨을 내뱉고 마시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리를 내면 공기를 조금씩 내뱉게 되어있는데, 그럼 언제 들이마시나요?)


다 배웠나 싶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다.

시민, 기자, 정치인, 정부 인사가 모두 전쟁에 뛰어들었다. 피아 구분이 쉽지 않은 혼전이다. 나는 일찌감치 중립국에 피난와서 웅크리고 있는데도 밖에서 하도 터지니까 소음은 막을 수 없고 작은 불똥이 튀어오기도 한다. 냉철해보이던 사람들이 가치 판단을 떠나서 앞뒤 안맞는 말을 쏟아내는걸 보면 이제 감정 싸움으로 치달았나보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화가 나있다. 한 두 명의 정예 키워가 나타나서 평정하기에는 시스템 내부의 온도가 너무 높아져있다. 쿨러가 있어도 모기날개짓 밖에 안되는것 같다.

전쟁의 중심에 있는 빌런이 사라지면 우리는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살아남은 빌런이 다크 히어로로 전생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인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모두 함께 증발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나는 좌파가 경제적으로 여유있어야 하고 NGO 활동가에게 워라벨이 있어야 하며 비인기 종목 연구자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꼭대기층에 속하기 위한 아귀다툼을 끝내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모여서 다양한 답안이 수용되는 사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과 목표가 있고 서로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용인해줄 때 전체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게 되는 밸런스(평형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현실은 밸붕상태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룰수 없는 꿈같은 경지지만 지속가능한 자본의 발광(發光)을 위해서 다니엘전지의 염다리같은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제도야 두 말 필요없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장치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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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횡계 주변 지도>

지난주 강릉에 다녀왔다. 이제 은행이 지고 있었다. 다음날 대관령을 넘어서 횡계로 오니 양쪽 기후 경관이 비교된다. 언덕 위에 보이는 침엽수 외에는 잎이 다 떨어졌고 바닥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강릉 (강릉시 옥천동 은행나무길, 2011년 11월 23일)




횡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2011년 11월 24일)



요즘 Wunderlist를 써보고 있다. 주로 구글 캘린더를 이용했었지만 일정 중심이라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쓰기에 간편하고 동기화 잘되서 좋다. 사용환경이 달라져도 사용자경험을 동일하게 제공하려는 노력도 마음에 든다. GTD 도구로도 좋아보인다. 할 일 목록에서 순서를 변경할 수는 있지만 더 명료하게 우선순위나 진행순서를 관리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 리스트를 그룹화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별 불편함이 없다. 구글 계정과 쉽게 연결되는 remember the milk를 전에 써보고 마음에 들어했지만 무료 계정으로는 모바일 환경에서 쓰는데 한계가 있다. 프로 계정은 $25/year. 맥 제품군(맥, 아이폰, 아이패드)만 사용하는 사람은 Things를 고려해볼만 하다(유료이지만 Pages와 더불어 부러운 앱 중 하나;;). Wunderlist보다도 단순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do it tomorrow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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