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적 자료 분석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워크샵에 참가신청할 때는 "탐험"이란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워크샵에 참여하고 나서 보니 재미를 추구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 이 단어에 담겨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탐험(探險)이란 말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는 탐험을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을 찾아가서 살펴보고 조사함"으로 정의합니다. 전문가 분들께서 정의한 뜻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험'의 뜻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보다는 "실패를 무릅쓰고 미지의 대상을 살펴보고 조사함"이 더 알맞은 뜻이 아닐까 제 멋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이번 워크샵에서 느낀 탐험의 의미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의 탐험을 통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작업의 성패는 신경쓰지 않는다.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극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고 실패를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재미에 반하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습니다. 목적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하는 상황과 다릅니다. 사실 이 워크샵에는 성공이나 실패 자체가 모호했습니다. 뚜렷한 분석 목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으면 성패는 어불성설이 됩니다. 목표가 있다면 탐색이라고 불러야 적절할 것 같습니다. 탐험은 무엇인가 이룬다는 완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 생각합니다.


2. 명확한 목적은 필요 없다.

다른 학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통계는 제 전공분야에서도 유용한 도구입니다. 계산할 때는 SPSS(SAS나 S-PLUS 보다 쉽다는 평판이 있음) 같은 통계 패키지를 많이 씁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통계 계산에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엑셀이 유연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통계 계산에 최적화된 도구는 아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최적화된 도구일 수록 목적이 뚜렷합니다. 통계 패키지의 사용 목적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가설을 검증하는게 분석자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탐험적 접근 방법에서는 분석 결과 그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이지 않더라도 경험 정보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한 가설을 세우느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됩니다. 분석할 때마다 가치있는 정보가 나오니 재미가 납니다.


이러한 탐험적 접근 방법은 일상에서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의 자료를 분석해서 가치를 얻는 일은 누구나가 재미있어할 만한 주제입니다. 탐험적 접근 방법은 일상 자료를 분석하고 "아는 것과 삶을 연결"(김창준 님)하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또한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유용합니다.  실제로 지리학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지리상의 발견시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탐험은 지리학 연구의 주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지리 답사가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워크샵에서처럼 통계를 이용한 탐험은 현상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립하는 방법이 안될지 몰라도 대화의 도구는 될 수 있기 때문에(김승범 님) proto-study 방법으로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토마스 쿤 식의 과학적 방법이 대세를 이루면서 탐험적 방법을 통한 연구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기도 하고 이용 빈도가 줄어든것 같긴 합니다.지리학이 점차 계통화된 것도 한가지 원인인것 같고요. 이러한 세태가 조금 안타깝습니다.


(과학적 방법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재미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사족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고 워크샵에서의 경험과 마치고 돌아오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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