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자, 정치인, 정부 인사가 모두 전쟁에 뛰어들었다. 피아 구분이 쉽지 않은 혼전이다. 나는 일찌감치 중립국에 피난와서 웅크리고 있는데도 밖에서 하도 터지니까 소음은 막을 수 없고 작은 불똥이 튀어오기도 한다. 냉철해보이던 사람들이 가치 판단을 떠나서 앞뒤 안맞는 말을 쏟아내는걸 보면 이제 감정 싸움으로 치달았나보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화가 나있다. 한 두 명의 정예 키워가 나타나서 평정하기에는 시스템 내부의 온도가 너무 높아져있다. 쿨러가 있어도 모기날개짓 밖에 안되는것 같다.

전쟁의 중심에 있는 빌런이 사라지면 우리는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살아남은 빌런이 다크 히어로로 전생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인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모두 함께 증발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나는 좌파가 경제적으로 여유있어야 하고 NGO 활동가에게 워라벨이 있어야 하며 비인기 종목 연구자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꼭대기층에 속하기 위한 아귀다툼을 끝내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모여서 다양한 답안이 수용되는 사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과 목표가 있고 서로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용인해줄 때 전체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게 되는 밸런스(평형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현실은 밸붕상태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룰수 없는 꿈같은 경지지만 지속가능한 자본의 발광(發光)을 위해서 다니엘전지의 염다리같은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제도야 두 말 필요없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장치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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