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소를 하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답사가서 스케치했던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잘 그리지는 못했어도,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렸던 그림일기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답사 지역은 경기도 서해안 지역었습니다. 그림에 나오는 장소는 모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곳들이네요.

궁평리 해수욕장 해안 경관(윗쪽)과 송교리의 천정천(아랫쪽)


윗쪽 그림부터 간단히 설명하면, 궁평리 해수욕장의 해안 경관 그림입니다. 스케치할 할 당시에는 물이 빠진 상태였는데 부유물처럼 만조기일 때의 해안선을 유추해볼 수 있는 요소들을 그림에 표시하였고 대략적인 지형과 식생을 표시했습니다. 아랫쪽 그림은 송교리에서 봤던 천정천 그림입니다. 천정천의 형성 과정과 주변 경관을 대충 그렸습니다. 제방 위는 교통로나 전선이 지나는 길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신주 하나에 그려넣은 계량기는 이곳에서 양수기나 관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제방을 관통하는 빗금 친 영역은 매설된 수로를 의미하는 것인지 대수층을 의미하는 것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이처럼 스케치는 답사 기록 매체로서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당시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굳이 스케치를 했던 이유는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는 제 손보다 더 정확하게 기록할 수는 있지만, 기록물의 품질은 사진기 자체의 성능이나 사용자의 숙련도, 또는 날씨같은 주변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에 담으려고 의도했던 정보가 결과물에서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실제로 경계선이 모호하거나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어서 무의미한 사진이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잘 안나올 것 같은 경우에는 스케치를 합니다. 간결하게 원하는 부분만 그리면 주제가 더 부각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고, 글자나 도식을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면으로는(사진이 가지는 자세함과는 다른 면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진은 정확한 형태와 자세한 시각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이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이 안되기도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케치는 형태는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그 위에 스케치나 메모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함께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관련 문헌
오건환, 1999, "지형스케치로 본 남해안 바위섬의 시스텍 경관", 대한지리학회 춘계학술대회논문집, pp. 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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