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기쁨 상세보기
정효구 지음 | 작가정신 펴냄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문학평론을 해온 문학평론가가 쓴 현대시 평론서. 시를 더 구체적이고 진실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시인에 대한 더 자세한 이해와 정보를 제공한다. 무한이 부르는 소리, 무한에 다가가는 소리, 천상병의 <귀천>부터 말의 힘을 느껴보세요, 황인숙의 <말의 힘>까지 현대의 대표적인 시인들을 소개

서점에 가보면 각종 시 모음집에 해설집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시험을 위해서 이런 책들을 읽기도 하고 그냥 재미 삼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험용이라면 모르겠지만, 재미삼아 읽기에는 지루하고 따분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런 책들을 볼 때마다 차라리 주석이나 해설이 달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책도 있긴 했지만,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정독하게 만드는 시에 관한 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천편일률로 이것저것 나열하는데 치중하여 정작 작자의 고향이 왜 중요한지, 왜 그런 의미로 해석되는지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시 읽는 기쁨은 조금 달라보여서 구해다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시 보다는 시인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다른 책처럼 시인이 태어난 고향이나 주변 사람들, 등단한 시기 등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그 정보들이 시인과 시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시인의 입장에 서서 시를 바라볼 수 있는 바닥을 깔아줍니다. 그리고 시인의 궤적을 따라가며 시를 읽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한건데, 사람들이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시인이 시 속에 숨겨져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좀처럼 보여주질 않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꽁꽁 숨겨져 있습니다. 어떤 시인은 시어의 추상화를 통해 숨기도 하고 어떤 시인은 일반인이 보기에 암호 같은 단서만 남기고 숨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의 힌트를 주는 것에 성이 안찼는지 친절하게 위치까지 콕콕 짚어줍니다. 그래서 시인 찾기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인을 찾고 나니 시가 무리 없이 읽혔습니다. '바다'라고만 해도 '작년 여름밤에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했던 바다'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를 쓰게된 시인의 상황을 알면 시인의 입장에서 시를 바라보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텐데, 그 상황은 시인의 성격, 경험, 사회적 배경 등의 총체적 집합인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독자가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습니다. 평소같으면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넘겨버릴 만한 시도 의외로 잘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되짚어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일부 전문가들처럼 거두절미하고 예술의 아름다움만을 강변하지 않습니다. 시를 읽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고 이를 통해 시를 읽는 기쁨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엄두 못내던 시들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데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한 책이 시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예술을 읽는 기쁨을 더 알고 싶어요. 그러나 왠지 이 책의 속편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속편이 가지는 징크스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암감이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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